아래의 글은 헬스경향에 게재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황철용 피부과 교수님의 기고문입니다.
반려동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개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가족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과 함께 근래에는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맞이하는 가정 또한 점점 증가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단지 개는 집을 지키는 동물 이상의 개념으로 보기 어려웠던 시절
에도 고양이는 개와는 달리 비교적 실내를 자유로이 왕래하면서 우리와 함께 생활했다.
단지 그 목적이 실내에서도 창궐하는 쥐를 잡기 위한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유야 어찌됐던 고양이의 실내생활 역사
는 분명 우리나라에서는 개보다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9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내 반려동물 문화는 고양이보다 개로부터 시작됐다.
이는 사실 반려동물 문화가 일찍 시작되고 발달한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으로 소득 수준이 증가
하게 되면 자연히 이러한 흐름은 고양이로 옮겨가 고양이 수가 개를 추월하게 된다.
다른 나라 사례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 최근 반려동물 중 고양이 수가 증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판단된다.
또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덩치가 큰 애견보다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관리가 편한 고
양이가 향후 반려동물로 더욱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부사상균증에 고양이와 보호자가 함께 감염된 사진.
‘샤먼’은 풍성한 긴 털이 매력적인 페르시안 종 고양이다.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그렇듯 샤먼의
주인 또한 젊은 직장여성이다.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해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샤먼의 주인은 진료실에 들어오자 말자 옷소매를 걷고 자신의
팔을 보여줬다.
손목 아래부터 팔꿈치 부위까지 빨갛게 부풀어 오른 동그란 피부병변들이 가득했다. 이 병변들만으로도 샤먼과 함께
동물병원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추정이 가능했지만 확진을 위해 샤먼의 상태를 확인했다.
하지만 주인에게 피부병변을 전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샤먼에게서는 놀랍게 피부병변 자체를 찾는 것이 무척 어려웠
다.
물론 털이 긴 장모종 고양이라 털 밑 속에 숨어 있는 병변을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주인의 피부병변으로 미루어
분명 샤먼은 피부사상균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6개월 전 처음 집에 왔을 때 귀 아래 머리 부분에 피부병변이 있었고 이로 인해 다른 동물병원에서 치료한 병력이 있
다는 점에 주목해 자외선램프를 이용해 샤먼의 털과 피부를 관찰하니 귀 쪽 아래 부분과 발톱부분이 양성반응을 보였
다. 샤먼은 피부사상균에 감염돼 있었다.
피부사상균증은 피부와 털에 감염돼 염증성 피부질환을 야기하는 피부사상균 감염에 의한 질환으로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인수공통 감염성 질환 중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샤먼의 사례와 같이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을 통해 감염되지만 항진균제를 감염된
피부에 바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쉽게 치료돼 설령 감염됐다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근래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가정이 증가함에 따라 피부사상균증에 이환된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피부사상균 감염 시 대부분 증상이 확연하게 나타나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피부사상균에 감염돼도 증상이 없는
불현성 감염상태인 경우가 많아 초기발견을 통한 감염차단이 어려울 때가 많다.
즉 고양이에게서 확연한 병변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자신의 고양이가 피부사상균에 감염돼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 치료과정 중 단순히 병변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
다.
또 근래 일부 고양이 애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소독제를 이용한 자가 치료방법은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지만 근본적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고양이 피부사상균증은 치료 시 동물병원에서 일정기간 꾸준히 경구용 항진균제를 처방받아야 하며 병변이
사라진 이후에는 배양검사를 통해 완치여부를 정확히 판단해야만 한다.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민간처방에 의지하거나 임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하면 계속해서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람 또한 피부사상균증이 반복되게 된다.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피부사상균증을 전파하는 동물임에 실망할지 모르지만 동물병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
는다면 더 이상 피부사상균증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하루빨리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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